
말라붙은 대지는 오래전부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햇빛은 한낮에도 기운 없이 떨어졌고, 밤이 되면 마치 깊은 우물 속에 들어온 것처럼 어두웠다. 사람들은 창문을 꼭 닫고 조용히 지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낡은 지붕이 삐걱거렸고, 건물들은 해묵은 먼지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리 도시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 온 이들은 대부분 늙었고, 새로운 세대는 떠나갔다. 출생보다 죽음이 익숙한 이 도시는 서서히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기대의 대상이 되었다.
" 이 아이가 도시에 축복을 가져올 거야.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마치 내 존재가 단순한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뭔가 신비로운 예언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러한 기대 속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흉년이 들었다. 밭을 갈아도 곡식은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물은 점점 귀해졌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불행을 신에게 기도하며 견뎠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 비가 오지 않을 때일수록, 밤하늘의 별은 더 선명해지는 법이란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어린 마음에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밤하늘이 아무리 맑아져도, 그 맑음이 우리에게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어머니와 나는 타로를 보았다. 카드 한 장 한 장을 섞으며 사람들의 운명을 읽어냈다.
"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 당신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인내입니다. "모두 모녀의 말을 신뢰했다. 때로는 막연한 희망의 빛이라도 절망보다 나았으니까.
허나 빛이란 곧장 나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그사이에는 거대한 중력이 놓여 있다.
무거운 검은 구멍은 그 자체로 하나의 렌즈가 되어, 지나가는 빛을 휘고 굴절시킨다. 우리가 바라보는 저 우주의 형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왜곡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마치 물속에서 손을 본다고 해서, 그 손이 진짜 그대로의 형태일 거라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어머니는 자신의 점을 믿었을까? 사실 모두 카드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들은 정말 운명이 아닌 그저 굴절된 빛에 불과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 모녀의 카드가 사람들의 미래를 비춰준다고, 그것이 틀림없이 길을 가리킨다고.
길을 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녀의 앞에 모여들었다. 처음엔 조용히 자신의 미래를 점치러 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더욱 필사적인 표정으로, 더욱 간절한 손짓으로 희망찬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 제 아이가 굶고 있어요. 이 흉년이 언제 끝날까요? "" 우리 마을은 아직 버틸 수 있을까요? "만약 대답하지 않는다면, 만약 예언이 틀렸다고 인정한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굶주림은 사람의 눈을 바꾼다. 원래 이웃이었던 사람들, 어릴 적부터 서로를 알고 지낸 사람들,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 갔다. 믿을 것은 오직 예언뿐이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희망이 되고, 손짓 하나가 생사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 뒤틀린 별빛처럼, 그렇게 모녀가 읽어내는 미래는 점점 일그러져 갔다. 처음엔 작은 어긋남이. 카드가 가리킨 미래와 현실이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의 손끝엔 하얀 가루가 묻기 시작했다.
오래가지 않아 단순한 믿음을 넘어선 광신으로 변해갔다. 어머니는 자신의 타로가 단지 길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신탁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가벼운 부탁이었던 것이, 어느새 강요로 바뀌었다. 예언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줄이 길어졌고,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하면 분노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건네는 예언이 너무 희미하다고, 너무 모호하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모녀는 점점 더 정확한 답을 내놓아야 했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의 손끝에는 하얀 가루가 묻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처음엔 작은 위안이었다. 배가 고파 잠들지 못하는 밤, 그것을 조금만 마시면 꿈이라도 꿀 수 있다. 땅이 마른 것도, 흉년이 계속되는 것도, 모두 신의 뜻이라면. 어머니의 예언을 따르면, 그녀가 건네는 가루를 받으면, 언젠가는 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야.
맞아, 그래, 그러니 까, 아마, 그렇게, 계속, 앞으로도 . . .
이제는 모두 원하는 대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악은 평범히 그곳에 있었다.
사람들이 어머니의 집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저 결론을 내린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 너 때문이야. "" 구원받을 거라고 했잖아. "누군가 돌을 던졌다. 유리창이 깨졌다. 나는 숨을 죽였다. 어머니는 조용히 나를 감싸안았다. 그 손은 우주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 에타, 하늘을 봐. "나는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달려. "—
" ... "도주의 끝에 달과 별이 있었으면 싶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