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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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험체 #L-00 "니니" 야생 생존 데이터 ]
관찰 책임자 : 포르테
관찰 기간 : 생후 3년 1개월 ~ 6년 6개월
관찰 환경 : 적색지대 C-38 (일명 ‘황천림’)
 
일반 인간 신생아에 비해 놀랍도록 높은 근력과 감각 반응을 보임.
 
체온 조절 능력이 이상적으로 강함.
산지 기온 변화에도 저체온증 징후 없음.


테스트 시작.


 

Day 3

 
피험체는 처음으로 울음소리를 냄.
 
배고픔이나 외로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근 마물 '산개늑대'의 울음소리를 모방한 것으로 추정.
해당 행동은 위장 및 군집 이득을 위한 생존 본능적 전략으로 분석됨.
 
모방 정확도 87%.
 
 

Week 2

 
피험체, 첫 사냥 성공.
목표물: 부상당한 ‘검은꼬리사슴’.
 
수풀 속에서 6시간 이상 대기한 뒤, 목에 날카로운 돌을 박아 기도 압박에 의해 질식사시킴.

주목할 점: 사냥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 인근 탈출 경로를 사전에 확보해 둔 것으로 보임.
 
비정상적으로 높은 전략적 사고 능력.
 

Month 4

 
뼈 골절.
원인: 고지대 낙하.
 
피험체는 스스로 뼈를 맞추려 시도했으며, 이후 며칠간 한쪽 팔을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됨.
 
감염 우려가 있었으나, 주변의 ‘흑이끼’를 상처 부위에 문질러 임시 지혈함.
이는 해당 지역 마물 개체들 사이에서 관찰된 적응 행동 패턴과 일치.
 
학습 속도 극히 우수.
마약.
 
 

Month 9

 
피험체, 겨울철 대비 행동 개시.
늑대 무리의 영역 근처에 접근하여, 먹이 찌꺼기를 수집.
 
공격받지 않기 위해 복종 자세(복부 노출 등)를 능숙하게 연출.
학습된 결과가 아닌, 상황에 따라 본능적으로 적응한 것으로 판단됨.
 
인간적 감정 반응 전혀 관찰되지 않음.
 

Year 1

 
인근 순찰대가 설치한 방송기기를 발견했으나, 관심 없음.

"배움"보다는 "필요"를 행동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함.
기능성 지능은 높지만, 사회성 지능은 제한적 발달.
최면.
 

Year 2

 
피험체가 마물(‘사각뿔 곤’)과의 싸움에서 패배.
심각한 출혈 상태에서 무리 생활을 포기하고 단독 생활로 전환함.
부상 후 7일 동안 먹이를 취하지 못했으나, 살아남음.
 
가장 마지막으로 관찰된 행동: 자신의 털가죽을 핥으며 체온 유지.
트리거 완성.
 

Year 3

 
관찰 중단 경고.
피험체가 감시 드론을 발견하고, 돌을 던져 격추시키는 사건 발생.
감시 기계의 존재를 인식하고, 위험 요소로 판단해 행동함.
 
단순한 환경 적응을 넘어, ‘적’의 개념을 학습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됨.
 
 

Year 4

 
긴급 분리 결정.
피험체가 순찰조와 우발적 접촉.
 
순찰조 2명 부상.
피험체는 단독으로 순찰조의 '기척'을 추적해 접근했고, 주저 없이 발톱을 사용해 급소를 노림.
 
이후 도주함. 카메라에 잡히지 않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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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따뜻한 손길을 몰랐던 소녀는
피비린내 나는 산지의 바람 속에서 살아남았다.
 
늑대 떼도, 거센 장마도, 겨울 눈보라도.
그녀를 완전히 꺾지 못했다.
 
니니는 수풀을 기어 다니며 생살을 뜯었고,
붉게 물든 입술과 손톱으로 겨우 숨을 이어갔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칼날 같았다.
 
어떤 이성도, 동정도, 두려움도 없이.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전부였다.
 
... 그랬을 터였다.
그날은 처음으로, 인간의 냄새가 나는 곳까지 발을 디뎠다.
말라비틀어진 발바닥, 찢긴 무릎, 허기와 탈진에 가까운 피로가 니니를 평소보다 더 멀리 끌고 갔다.
기척을 숨기려는 본능도 이미 흐릿했다. 녀석은 다가왔다. 커다랗고 덩치가 좋은 개였다.
처음엔 그것을 짐승으로 인식했다. 그녀는 똑같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허기가 그녀의 발을 묶었다. 니니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넘어졌다.
그 개는 그녀의 어깨를 물고 흔들었고, 그 충격에 니니의 몸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작은 신음 소리 하나 없이, 니니는 질질 끌려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개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그저, 어딘가로 데려가듯 — 무언가를 찾듯 — 니니를 물고 이동했다. 지나치게 오래 버틴 허약한 생명체를, 개는 끌고 갔다.
흙투성이가 된 아이. 피투성이 작은 손. 새하얗게 식어버린 얼굴.
바람이 잦아들 무렵, 그 소녀는 도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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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6개월 차】

가축과의 조우 기록.
상해를 입은 후, 외부 개체(개)가 대상의 신체 일부를 물고 이동함.
 

피험체 #L-00 "니니"의 신호가 완전히 소실됨.

 
관측 드론과 추적 인력 파견이 논의되었으나,
간부의 판단에 따라 작전 중단됨.
 
 
테스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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